일상의 사회학

대학이 직업훈련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젊은바다 2009. 4. 16. 14:40

오늘 기사에 보니, 포스코 회장이란 분의 언급이 나오더군요.

요점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선발해도 곧바로 쓸 수가 없어 불만이다.

해서, 대학 2학년생을 미리 뽑아서 현장실습(뺑뺑이)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교육이 정상화(?)되도록 나름대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의 머리에는 '대학은 기업을 위한 직업훈련소'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인데,

대학을 이런 식으로 정의하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일까요?

아마도 이 분은 대학 다닐 때, 철저하게 직업을 의식하면서 다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만,

아무리 본인 생각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식에 꿰맞춰

대학의 역할을 규정해 버리는 건 사리에 어긋나 보입니다.

 

대학이 직업훈련소가 되는게 마땅하게 생각된다면 포항공과대학이나 그렇게 만들던지요.

왜 애꿎은 대학들을 졸지에 기업의 훈련소쯤으로 치부해 버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그러던가요? 대학 나오면 반드시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야만 하는 거라고.

또한, 실무에 부적합하다는 건 어떤 기준에 의해 얼만큼 부적합하다는 건지요?

기업이라는 것도 취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다 제각각인데,

어느 기업에 기준을 맞춰서 적합한 직업인으로 교육해야 하는 건지요?

 

기업이 외국에 진출하면 현지화작업이란 걸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지역, 다른 분야에 적용하려면 커스터마이징이란 걸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기업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맞도록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훈련이나 커스터마이징 과정 없이 곧바로 쓰겠다는 발상은

남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날로 먹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요즘엔 대기업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스스로 학교를 설립하기도 합니다.

꼭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말 그대로 현장에 맞는 인재를 학교에서 미리 훈련시키면 되는 것이겠죠.

학생들도 아마 그걸 염두에 두고 그 학교에 들어갈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직업훈련소로서의 기업 학교는 어디까지나 거기까지입니다.

더 나아가려고 하면 안되죠. 그건 소위 '오버'입니다.

 

포스코 회장이라는 훌륭한 사람이 그렇게 오버해서야 되겠습니까...

사회를 하나의 기업쯤으로 좁게 인식하는 것도 문제고,

대학이란 존재 의미를 그렇게 좁게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이 이미 거대한 권력으로 굴림하는 시대라

이런 말이 아무런 의식 없이 회자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