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제학

진보 기업가와 보수 기업가의 차이

젊은바다 2011. 3. 5. 11:06

보수우파가 사회 전체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기업인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진보 기업가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대학에서 경영을 가르치고 있긴 하지만, 사회를 고려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곳은 별로 없는 것도 우리네 현실이죠. 그러다 보니 기업을 경영한다고 하면 그것이 작건 크건 간에 경영자 맘대로, 경영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고려되고 운영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말하자면, '자기 기업이니 자기 맘대로'라는 철학(이런 것도 철학이라면)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기업가의 철학과 마인드는 회사 경영원칙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때문에, 기본이 되는 경영원칙을 보면 그 회사 사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진보적인 기업가와 보수적인 기업가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진보적인 기업가는 기본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회적 책임' 부분을 염두에 둡니다. 자신이 고용한 직원에 대한 생각에서도 직원 개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에게 딸린 가족도 함께 고려합니다. 그들의 삶에 일정 부분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런가 하면 자기 회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사회로 고려대상 영역을 확장합니다. 회사 역시 사회의 한 일원이고 사회로부터 일정 부분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죠. 그러면서 여건이 되는대로 다양한 사회기여활동 등을 펼치게 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사장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반면, 보수적인 기업가는 회사 경영에 있어 사회적 책임 부분은 거의 또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의 기업철학에 있어 핵심목표는 오직 '돈을 벌자'는 것으로 가득 차있죠. 직원을 대하는 자세는 '피고용인'에 국한됩니다. 그냥 돈 주고 고용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고, 직원의 가족까지 고려할 마음의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해고할 때에도 가차없이 하죠. 미국의 잭 웰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영분야에서는 '경영의 귀재'니 뭐니 하며 추켜세우나 본데, 오직 기업이익에 따라 직원을 가차없이 내모는 사람이 경영의 귀재로 칭송되는 사회이고 분야라면 그 사회나 분야 전체가 보수적인 철학으로 가득차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기업가의 직원에 대한 생각이 이럴진데, 그의 경영철학이 사회에까지 미치는 경우는 없겠죠. 그의 머리 속에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자리잡을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어떡하면 사회로부터 이익을 끌어내느냐에만 경영의 초점을 두는 것이죠.

 

기업가의 정체성을 어느 하나로 재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마인드의 방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위와 같이 진보인가 보수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이 골고루, 발전과 성장을 함께 해가는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진보적인 기업가입니다. 그런 기업가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좀 더 공정하고, 빈부격차도 덜하고, 사람들간에 좀 더 협조적이고 분위기도 밝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진보 기업가보다는 보수 기업가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가 조금 어렵다 싶으면 가차없이 직원들을 거리로 내쫓죠. 복직약속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삶은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쓰러져가는 기업에 공적자금을 주어 살려야한다는 반이성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는 것이 보수 기업가들의 행태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책임은 방기하면서 자신의 이익은 철저하게 챙기는 자세라 하겠습니다.

 

보수 기업가들이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은 고려하지 않고 사적 이익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권력까지 장악했을 때, 그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는 명약관화합니다.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를 돌아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수 기업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지금 우리가 겪고있고 보고있는 그대로 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아니, 사회 전체적으로도, 진보적인 기업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건강함이 결정됩니다. 구제역 가축처럼 매몰되지 않고 꿋꿋하게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진보 기업가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