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윤리
보수주의자와 시장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용어가 있죠. 승자독식,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등.. 그런 말을 쓸때면 애먼 진화론을 들먹이며 그런 게 자연법칙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약육강식이 곧 자연의 법칙이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게 곧 '진화'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는 '돈'입니다. 이는 비단 물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앞서 언급한 시장주의자(사회의식을 결여한)들은 자신의 경제적 성공과 진화를 동일시하고 싶어합니다. 무한경쟁의 정글같은 사회에서 승자로 살아남은 것을 다윈의 진화론으로 포장하는 것이죠. 그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말대로 '약육강식'의 법칙(?)대로 살아왔다는 사실, 다시 말하면 도덕이나 양심 따위는 제쳐두고 그저 성공만을 향해 치달았다는 사실 말입니다.
MB 같은 사람도 이런 진화론자(?) 중 하나일 것으로 봅니다. 물론, 하느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다윈의 진화론을 믿지는 않겠습니다만, 우주나 인간의 탄생 문제를 벗어나면 의외로 진화론자일 가능성이 농후하죠. 물어보나 마나 십중팔구 그의 의식구조에는 약육강식, 승자독식 따위의 진화론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마인드와 자세로 불철주야 불도저처럼 달려온 사람이니까요.
MB 같이 '말 따로, 행동 따로, 생각 따로'인 사람은 교회에 나가서 창조론을 읊조리고 사회에 나가서 진화론을 들먹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식의 충돌 따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교회 안에선 사랑, 소망, 믿음을 노래하고 밖에서는 승자독식을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칩니다. 성공을 위해선 거짓말도 밥먹듯 하죠. 그 거짓말은 어디까지나 '경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고 자신의 원래 모습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MB와 같은 이중, 삼중의 성격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범부로서는 이해하기가 아주 난해한 것이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윤리와 양심을 벗어던진 진화론자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사회를 경쟁으로만 몰아가고 그 속에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곧 진화라 믿고 있는 자들이죠.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진화론의 모든 것인 양 말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삶이라 믿는 자들 말입니다. 그런 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준(잣대)이 어떨지는 불문가지입니다. 우리가 가정과 학교에서 '경쟁'과 '성공'을 가장 중요한 것인 양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이 사회가 저들의 의도대로 만들어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동물이라면 적자생존이 핵심(동물에게조차 100%는 아니죠)일 수 있겠습니다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진화론을 쓴 다윈조차도 인간 사회에서는 결코 적자생존이 다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진화론은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이죠. 진화론과 윤리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인간 사회의 기본입니다.
동물적 진화론(적자생존론)이 가득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연 윤리를 온전히 회복하는 날이 언제일까요? 그것은 MB 같은 이중 성격의 진화론자들을 얼마나 잘 가려내는가에 달려있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윤리의 가치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