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진실 호도하기
'글로벌 스텐더드' 기업이라는 삼성은 소위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무노조라면 노조가 없다는 얘긴데, 민주주의 산업국가에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불법임을 잘 알고 있는 삼성은 자기들은 절대 무노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노조가 있다는 얘긴데, 실제로 삼성에는 등록된 노조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노조 경영이라 불리는 것은 그 노조가 실제로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있으되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노조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얼마 전 오만원권 위조지폐가 유통되는 게 발견되었다고 하죠. 위폐는 진폐를 그대로 베낀 가짜 돈인데, 위조범은 이를 진짜라 속여 유통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짜를 만들어 진짜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인데, 삼성의 노조가 바로 그것과 성격이 유사합니다. 노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죠. 위조지폐와 같은 '위조 노조'라 하겠습니다. 그런 위조행위를 자행하면서 최고의 기업이니 세계일류니 말하는 건 좀 낯간지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글로벌 스텐더드에도 안맞고 소위 '경제민주화'에는 더욱 역행하는 태도라 할 것입니다.
요즘 대선후보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박근혜가 자기 아버지의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말해 논란을 일으켰죠. 토론회에서 그녀는 "국가가 위란의 상태인데, 그럼 가만히 있어야 옳은 것이냐"며 상대방의 지적에 반박하더군요. 위기에서는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 된다는 논리도 일방적 해석이거니와, 그보다 더 일방적이고 곡해하는 바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녀(또는 박정희)가 '국가 위란 사태'라고 규정짓는 행위 그 자체죠. 그 당시 사회가 혁명이(쿠데타가 아니고) 필요한 때라고 규정하는 근거가 대체 뭘까요? '5.16이 혁명이라는데 50% 이상이 찬성한다'처럼 그때가 '국가 위란의 상태로 혁명이 필요했다'에 국민 50% 이상이 찬성하기라도 했던 걸까요?
대개 비민주적인 정치인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 '자기 맘대로 규정'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혼자(또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그렇다'고 규정해버리는 거죠. 지금도 몇몇 대권 후보들의 언사를 들으면 그런 '일방적 규정' 성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마한다'는 둥 '나라가 백척간두라 나설 수밖에 없다'는 둥.. 자신이 수퍼맨이라도 된다는 걸까요? 수퍼맨도 시민들이 도와달라고 부를 때 나타나는 편인데, 그들은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나라를 구하겠다며 오버하는 꼴입니다. 이쯤 되면 수퍼맨 할아비쯤 되는 건가요?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 혼자 그렇다며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건 결코 이성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합리적이지도 않고 소통의 리더십과도 거리가 멀죠. 이건희 회장이든 박근혜 후보든 '내가 말하면 끝'이란 태도로는 결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국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건 결코 아니죠. 함부로 국민의 50%가 찬성한다는 둥 나라가 위중하니 구하겠다는 둥 말하며 일방적으로 확정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 아닙니다. 위폐가 진폐를 대신할 수 없듯이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