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전 상서 아버님 보고 싶습니다. 제겐 모습조차 없지요마는 어머니껜 큰 멍이었겠지요 모든걸 떠맡기고 후울쩍 가 버린 건 말입니다 너무 하셨어요... 처음 드는 펜이 곱지 못함을 용서 바랍니다. 주무시는 곳에 동물 드나들도록 한 건 불효의 시작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삼형제 나란히 못난 모습 .. 삶이 시리다 2008.10.25
눈 내리는 언덕에서 만물이 얼어붙은 새해 새벽 눈이 내린다. 핏기 잃은 태양은 구름 뒤에 얼굴을 숨기고 살얼음이 손을 뻗은 강가엔 어제 그 모습 그대로 나룻배가 체념으로 앉아 있다 서설(序雪)은 --------- 얼어붙은 신발에의 미련일랑 훌훌 떨쳐버리고 몸 속 깊이 잠자고 있는 열정 차가운 머리로 일으켜 .. 삶이 시리다 2008.10.25
고독에 대하여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위해 종종걸음 옮기는 빠알간 차량 불빛들 마지막 상영을 향해 가는 손 잡은 연인들의 뽀오얀 입김 새로움을 맞기 위한 밤 늦은 사람들의 한가로운 담소 그 사각지대에 모습 잃은 나 하나. 삶이 시리다 2008.10.25
겨울의 길목에서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마음 그림자 뒷춤에 감추고 맑게 갤 하늘만 기다린다 따뜻하게 건네는 손엔 먹구름도 천둥 번개도 뜨거운 태양마저도 들어있는 것을....... 겨울로 가는 길모퉁이 몇 개 남아 나뒹구는 낙엽 싸늘한 바람 속 신도시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나는 서있다. 삶이 시리다 2008.10.25
시간의 연속, 하나의 공백 어느덧 시야가 트이고, 분명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엔 책들만 덩그러니. 거의 모든 이에게 잠시 비울 시간은 정해져 있는가 그 시간의 테두리 속에 난 없다. 잠시 동안의 공백, 허망 그리고 자유 곧 그들은 돌아올 것이다. 오랫만에 만난 벗과 책과 시간에 대한 대화를 나눔에 같은 시간 속에.. 삶이 시리다 2008.10.25
순환선 2 둥그런 어둠을 등 뒤로 떨쳐 버리고 몇 굽이 곡선 미교(美橋) 위로 먼지 쓴 지친 몸 밀어 올리면 신선한 강바람 얼굴에 와 닿는다. 멀리서 보는 강물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고 바람에 실려오는 노을의 여운은 맑기만 한데 가는 걸음 늦추는 건 이 가을의 정취때문이어야 하건만 ....... 바.. 삶이 시리다 2008.10.25
순환선 1 순환선을 타고 있다 쳇바퀴 돌듯 행로를 알면서도 그저 창밖만 내다보는 건, 차라리 잘 모르는 장님의 방황보다 못하다 알면서도 자꾸만 지나치는 건. 늘 순환선을 타지만 내리는 곳은 다르다 기차가 레일을 벗어난 것도 아닌데 쳇바퀴 돌다, 늘 제자리에 내리는 다람쥐는 그래도 낫다 결.. 삶이 시리다 2008.10.25
진실 하늘은 울고있는 게 아니다 단지 구름이 있을 뿐 그 구름을 보고 하늘을 말하지 말라 구름은 변해가는 모습이고 하늘은 늘 그대로다. 태양은 없어진 게 아니다 단지 땅에 가려졌을 뿐 그 어둠을 보고 태양을 말하지 말라 어둠은 변해가는 모습이고 태양은 늘 그대로다. 가슴이 넓은 사람.. 삶이 시리다 2008.10.25
눈물 이젠 눈물이 없을 줄 알았다. 말 없어도 알았고 표정 없어도 느꼈고 눈물조각 움켜쥐고 걸어온 건 마음 통한 사랑이었다. 울타리가 넓어져 돌아볼 곳 많아짐에 바람은 불고, 말 없이는 공허가 춤추게 된 지금 아직도 눈물은 남아 있었다. 사랑과 한의 눈물 뒤범벅 썩은 마음은 고목보다도 .. 삶이 시리다 2008.10.25
어머니 누나를 보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던 골목길 어귀 문득 소리 없이 집으로 향하시던 당신을 만났습니다. 같이 가서 식사하자는 말에 살며시 웃으시며 당신은 어색한 듯 입을 벌려 보이셨습니다 이를 해넣기 위해 치료 중이라고... 거기엔 당연히 있는 줄로만 알았던 이가 없었습니다. 행여 .. 삶이 시리다 200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