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가
천지를 메워
청량한 공기마저 잠들고
쌔근대는 아가 숨소리
검은 허공을 향해 허위적대는 밤
나는
거제역 플랫폼에 서있다.
암흑으로 뻗어간 레일 따라
흐느적 흐느적 쫓고 있는 눈
머얼리 반짝이는 등에 머물면
고대, 잿빛 안개에 휩싸여
님 부르는 그리움으로 글썽인다.
순간, 칠흑을 뚫고 달려오는 기차
번쩍 눈이 뜨인다
암흑을 응시한다
바야흐로 거친 숨소리와 함께
흑야(黑野)속에서 불쑥 내미는 巨頭
대면하기 무섭게
얼굴을 할퀴고는 금새
또 다시 검은 장막을 뚫고 도주하는 철마
아차! 가면
차가운 가면을 썼구나.....
희뿌연 먼지를 뿌리고
싸늘히 스쳐간 뒤안 길
검은 안개가
무섭도록 공기를 짓누르는 밤
나는
미치도록 답답한 코막힘을 안고
거제역 플랫폼에 서있다.
아! 이제 또 어디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