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촌평

'중앙직업학교'라 불러주오

젊은바다 2010. 4. 16. 17:15

요즘 중앙대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모양입니다. 두산그룹이 학교를 인수하면서부터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는데요, 그 변화가 너무도 파격적이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열병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계절에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 법인데, 중앙대처럼 격변의 '중앙'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열병을 앓을 만도 하지요.

 

그런데, 중앙대의 열병은 지금 잠시 앓았다가 회복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견지해오던 대학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인지라 잠시 앓고 지나가는 질병이 아닌 것이죠. 몸의 모양뿐만 아니라 내부의 성질까지도 완전히 뜯어고치는 '전신변신성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발전을 위한 변화라고 믿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로 인한 후유증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용성 이사장은 '기업의 논리로 대학을 운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학이 '직업교육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교양은 스스로 쌓는 것이지 학교가 쌓아주는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직업에 불필요한 과목은 없애고 업무에 직접 필요한 과목을 필수 이수과목으로 편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학 졸업자를 기업에서 뽑아 일할 수 있게 가르치는데에만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죠?

 

명실공히 대학교를 운영한다는 사람이 대학을 고작 '직업교육소'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의 말대로, 스스로가 얼마나 교양을 쌓지 못했으면 그렇게 천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스스로 교양을 쌓은 사람이라면 결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일테니까요.

 

인문학 분야를 없애고 회계 등 직업에 필요한 과목만 가르치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가 된다는 논리도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기술적인 지식만으로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두산에서 진행하는 광고를 보니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발전의 요소라고 하던데, 그런 인재들 모아놓고 두산이 과연 얼마나 발전해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는 정말로 이런 비상식적인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걸까요? 정말 그렇다면 앞으로 두산이 가는 길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완전 개조를 통해 수년 후에는 중앙대학교를 '국내 5대 대학', '세계 100대 명문사학'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죠? 대학을 직접 운영해보지 못해 뭐라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건데, 중앙이 '국내 5대 직업훈련소', 세계 100대 명문 직업훈련소'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중앙대학교를 그냥 '중앙직업학교'라고 불러도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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