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이의 어린 자식 하나가 불쑥 말을 뱉어냅니다.
"저기 개소리 들려요."
보통 어린 아이들은 개를 강아지라 말하죠. 크든 작든 말입니다. 헌데, 그 꼬맹이는 아주 어린 나이인데도 언젠가부터 강아지라 하지 않고 개라고 말한다고 아이 어머니가 얘기하더군요. 그렇게 아이는 별 생각 없이 개짖는 소리가 들려서 '개소리'라고 말한 것인데, 주위에서 듣는 어른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래, 개소리 맞아.' 하면서 말이죠.
개소리를 개소리라 말하는 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개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속된 말이자 의미가 나쁜 말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하게 되었는지 조사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요즘 개팔자를 고려하건데 좀 잘못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보다 팔자 좋은 동물이 어디 있나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동물도 바로 개죠. 그렇게 격(?)이 높은 개가 말하는데, 개소리 말라며 폄훼하는 건 개에 대한 일종의 명예훼손일 수도 있겠습니다. 유인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마 소송이라도 걸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국가의 품격이 높아지면 개의 품격도 덩달아 높아지리라 봅니다. 품격이 높다는 건 그만큼 의식수준이 높다는 것이고 의식수준이 높을수록 동물애호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품격은 상당히 높아져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늘 국가의 품격을 얘기하고 강조하는 곳이니까요. 전하는 바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도 개를 키운다죠? 그곳에서는 아마 '개소리' 역시 기존 의미의 개소리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격이 있는 개소리로 진화하지 않았겠나 생각됩니다. 지나가는 똥개도 아니고 명색이 청와대에서 생활하는 개이니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곳에서는 사람소리와 개소리가 서로 품격을 자랑하며 격의 없이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그 개소리가 외부로까지 흘러나와 국민들에게 전달되곤 하죠. 그들에게야 당연히 개소리조차 품격을 갖춘 말이겠습니다만, 국민들도 그들처럼 그것을 품격 높은 개소리로 듣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개소리를 언급했을 때 웃었던 것으로 보아 청와대의 품격이 국민들 삶 속에까지 스며들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품격 높은 문화선진국에서 개를 아직도 하찮은 동물로 인식하는 국민들 잘못일까요?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나은 상팔자의 삶을 사는 개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이참에 '개소리'에 대한 의식을 바꾸는 게 어떨까 합니다. 막말이나 거짓된 말을 일컬어 개소리라 말하지 않음으로써 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죠. 그렇다면 개소리의 대안으로는 뭐가 괜찮을까요? 쥐소리? 사실상 쥐는 인간에게 별로 도움도 안되고 도둑질하며 어둠 속을 돌아다니는 존재죠. 막말이나 거짓된 말을 일컬어 '쥐소리'라 하는 건 상당히 적합해 보입니다. 이제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쥐소리'로 하는 게 어떨까요?
'시사촌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0) | 2010.06.04 |
---|---|
생긴대로 노는 게 좋다? (0) | 2010.06.02 |
결론 내고 꿰맞추기의 실용정신 (0) | 2010.05.22 |
미성숙의 특징 (0) | 2010.05.18 |
지지도에 관한 설문조사에 대응하는 법 (0) | 2010.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