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한국민주화운동사'시리즈 입니다.
오랜 반독재 투쟁과 수많은 희생을 거름 삼아
소위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요즘 들어 새삼 그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역사의 반전(퇴보?) 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언어와 단어의 멸종 속에 그것도 포함되는가 싶었는데,
멸종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새생명이 붙은 것이죠.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처럼 말입니다.
"I'll be back"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중요한 건
시민 개개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이 약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민자본주의가 기형적으로 발달한 한국에서
어차피 사람들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희생은
그 어느 나라 못지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정부를 거치고 다시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이제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는 안도감을 갖게된 것이죠.
게다가 '민주주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척되었다.'는
소위 전문가들의 진단이 한 몫 거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정적으로, 민주주의는 이제 되었으니 좀 더 잘 먹고사는 일에 매달리자는 심리가 작동되면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대기업 CEO를 국가 CEO로 영접(?)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기업처럼 국가를 경영하면 국가의 부가 올라가고 그 효과를 일반 대중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기대감이 결국 이명박을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죠.
뭐든 겪어봐야 안다고, 겪어보지 않고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한 결과는
지금 우리가 뒤늦게 겪어 알게된 것처럼, 참혹하기만 합니다.
어쩜 이리도 징하게 거꾸로 갈 수 있는 걸까요?
이제 한 번 진하게 겪어봤으니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반이성과 비양심이 준동하여 민주주의를 짓밟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말이죠.
그나저나, 나중에 보강될 한국민주화운동사 시리즈 뒷편에 이명박 정부 하의 민주화운동이
과연 비중있게 다뤄질 수 있을까요? 비중있게 다뤄질 만큼 우리가 어떤 노력과 희생을 치루었는지 의문입니다.
민주화운동의 한 획을 그을 순 없을지언정 파괴된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소기의 성과나마 거둘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후대에게 일말의 할 말이라도 생기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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