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회학

'큰 꿈'보다는 '좋은 꿈'을

젊은바다 2011. 2. 18. 11:24

딸 아이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모처럼 학교를 들어가봤습니다. 콩나물교실도 모자라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학습해야했던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더군요. 학급 수도 적거니와 학급당 학생 수도 많지 않아 졸업식임에도 시장같은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조촐한 동네잔치 같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졸업식 자체는 예전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졸업식은 늘 이런 식으로 해야하는 걸까요? 특히, 국민의례는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더군요. 군사독재시대를 멀찌감치 보내고 세대가 완전히 바뀌었건만 어째서 그리도 변함이 없는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학생은 물론 거기에 참석한 하객들 모두를 일으켜세우고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을 합니다. 워낙 철저하게 몸에 박힌 터라 변할 수가 없는 걸까요? 이것은 철저한 세뇌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일종의 수퍼밈이라고 해야할까요?

 

졸업식에 졸업생을 위한 축사가 빠질 수는 없겠죠. 교장도 한 말씀 하시고 운영위원이란 사람도 한 말씀 하시더군요. 학부형인 것같은데, 역시나(?) '큰 꿈'을 가지라는 레퍼토리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이건 단골메뉴죠.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권유하는 건 어른들의 책무(?)일 수도 있겠지요. 그 운영위원도 아마 당연한 사명감으로 얘기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하지만, 그런 류의 축사를 들을 때면 한 가지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 모두들 '큰 꿈'만 얘기하는걸까 하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늘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데, 크다는 것은 과연 무얼까요? 언사들이 주로 예를 드는 대통령이나 유엔사무총장같은 사람인가요? 소위 높은 자리나 유명인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높은 자리이거나 돈 잘 버는 기업인이거나 유명한 사람이 되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큰 사람'이 되라고 기원하는 게 나쁠 거야 없겠습니다만, 문제는 '큰 사람'이 곧 '좋은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큰 꿈을 이루고도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가난한 집 아들에서 대기업 회장으로, 다시 한 나라의 대통령에까지 오르면서 소위 '큰 꿈'을 달성한 사람도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실례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큰 꿈'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 것이죠.

 

졸업하는 제 아이에게는 '큰 꿈'을 말하기보다 '좋은 꿈'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름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큰 것만 좇다보면 올바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소위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큰 꿈만 좇으라는 건 올바름을 희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별로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큰 꿈만을 얘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죠.

 

청소년들이여, 부디 '큰 꿈'보다는 '좋은 꿈'을 갖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