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제학

부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하는 이유

젊은바다 2011. 7. 30. 11:02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세훈과 여당에서 말하는 논리 즉, '부자에게까지 무상급식한다는 건 낭비'라는 논리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닌데 부자에게까지 무상으로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니 적지 않은 시민들이 이에 동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부자에게 줄 바에는 그걸 아껴서 다른 요긴한 곳에 쓰는 게 낫겠다는 발상은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긍정을 유발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세훈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목숨 거는 이유죠. 물론, 무상급식 '반대'에서 '단계실시'로 모양새를 바꾼 것은 그의 '디자인 서울'과 마찬가지의 겉모양 꾸미기에 다름 아니지만 말입니다.

 

부자에게까지 무상으로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단편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만, 그건 일차원적 논리에 국한됩니다. 다른 차원 또는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부자'와 '무상'만을 놓고 양자를 연결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죠. 돈이 넘쳐나는 사람에게까지 뭐하러 국민세금을 무상으로 쓰는가? 라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이건 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른 변수가 불변이라는 가정 하에'라는 논거의 일종이라 하겠는데, 현실적인 변수들을 제외한 상태에서 현실을 진단한다는 건 어폐가 있죠. 오세훈의 논리가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이 일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의 인식능력과 논리가 그만큼 단순하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상황이든 그리 단순한 논리로 정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현대의 복잡다단한 사회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상급식 문제도 오세훈의 논리처럼 일차원에 머물게 아니라 다차원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들 사이의 관계, 세금부과의 공정성과 국가로부터의 혜택, 의무교육의 범위와 권리 등 중요한 요소만 고려해도 결코 단순하지 않죠.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에서 흔히 말하는 '아이들 사이의 위화감 문제'는 재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고, 세금사용에 관해 좀 짚어보자면....

 

세금을 사용하려면 먼저 걷어야 하죠. 우리나라는 바로 이 걷는 문제 다시 말해,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라는 계속 '선진국 진입' 어쩌구 떠들면서 세수문제는 늘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면 '선진국'은 결국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과세의 기본은 '누진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고령화와 출산률 저하 등 사회변화를 고려한다면 세수를 늘려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바로 이 두 가지 문제 즉, 세수를 늘리면서 누진적 과세를 선진국답게 실현하는 것이 세금문제의 출발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모자라죠. 사회변화에 맞게 규모를 키우지도 못하거니와 누진적 구조의 후진성이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부자가 수입에 걸맞게, 선진시민답게, 세금을 기꺼이 납부한다면 부자로부터 걷는 세금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정상입니다. 만약 부자들이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충분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면 그만큼 국가로부터 복지혜택을 기대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부자이긴 하지만 세금을 낼만큼 냈으니 사회적 복지를 누리고자 하는 건 당연하죠. 이렇게 정당한 세금을 내고 정당한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이 공정한 선진사회의 모습입니다. 무상급식 문제를 여기에 빗대보면 같은 모습이 연출됩니다. 부자들이 충분한 세금을 내고 무상급식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죠. 굳이 다른 아이들과 차별을 두면서 따로 놀 필요가 없고, 돈 많은데 굳이 공짜를 받아야 하나?(사실 부자들이 더 공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따위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부자에게 왜 공짜를 주는가?' 라는 일차원적 사고는 인식수준의 단순함을 자백하는 것이자 사회복지의 기본정신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식의 발로입니다. 부자라서 공짜로 받는 게 부담된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에 불과한 것이고요. 공짜를 부담스러워 하면서 요리조리 세금 탈루할 궁리만 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부자일수록 정당한 세금마저 안내려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세금을 피해가고 있다는 건 거의 정설에 속합니다. 없는 사람일수록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데 충실하죠. 이런 상황에서 '왜 부자에게 공짜를 주는가?'는 자기기만 외에 다름 아닙니다.

 

요는 이런 것이어야 합니다. 공정사회, 선진사회답게 부자들은 누진적 세금을 기꺼이 부담하고 자녀의 무상급식 혜택을 정당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는 모습이죠. 그 외의 것은 사족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지금 그런 사족에 매달려서야 되겠습니까? 우리사회가 그 정도도 수용 못하는 후진사회입니까? 오세훈은 수십억 자산가이면서도 딸 대학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휘는줄 알았다고 말하던데, 그 심정으로 등록금 문제와 무상급식 문제를 대하는 게 정도일 것입니다. 정도를 버리고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이 '큰 꿈'을 꾼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