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차이가 여럿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누구를 위하는가' 하는 기준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할 것입니다. 양자의 기본적인 차이는 이런 것이죠. 진보가 '사회 전체'를 위한다면 보수는 '자기 자신'을 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보는 자기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안주하지를 못합니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하는 것이죠. 불행한 이웃들을 나몰라 하며 혼자 잘먹고 잘산다고 해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게 진보주의자의 의식구조입니다.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만 배불러서는 행복이 따라올 수 없다는 의식이 기본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죠.
반면, 보수는 자기 자신의 영달에 관심을 가집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그건 상관할 바 아니고 자신의 성공과 이익에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이죠. 사회 전체적인 건강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도 자기 자신의 건강에는 무척이나 관심이 많습니다. 특이한 건, 자기 자신을 최우선시 하면서도 '국가를 위하여'란 말은 쉼없이 뱉어냅니다. 국민 개개인은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죠. 국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같이 호들갑을 떨곤 합니다. 하지만, 보수가 국가를 들먹이는 건 자기 자신의 이익과 부합할 때이거나 국가를 이용해 결국 개인의 이익을 취할 때이기 십상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국가'란 결국 '내 이익에 부합하는 형태로의 국가'일 뿐이라는 것이죠. 간단한 예로, 국가재정을 위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그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합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국가를 위해'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결국, 그들이 말하는 국가란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될 때에만 의미가 있는 편협한 국가일 뿐입니다.
진보가 자신의 안위를 뒤로 미루고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순전히 이타심 때문만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들도 행복해야 자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어서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전체적으로 건강해야 비로소 개인의 행복도 보장되는 거라는 인식 말입니다. 이렇듯 진보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데 사회가 전체적으로 좋아지면 결과적으로 그것이 개인의 이익(행복)으로 되돌아 옵니다. '진보의 역설'이라 말할 수 있겠죠.
반면, 보수는 자기 자신을 위해 열심히 행동합니다. 그런데, 남과 사회를 외면하다 보니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건강성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게 사회의 건강이 나빠지면 잘사는 보수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 구성원간의 적대감을 키우고 범부들의 경제적 몰락은 사회 전체적인 불안요소가 됩니다. 잘사는 보수는 그에 맞춰 자기 집의 담장을 높이고 경찰을 늘리는 식의 대응을 하죠.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의 이익(행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라 하겠는데, 이는 '보수의 역설'이라 칭할 만합니다.
사회의 연장이 곧 국가일텐데, '국가'를 그리도 소중히 하는 보수가 '사회'를 말하는 진보를 비난하고 반대합니다. 사회의 건강이 곧 국가의 건강인데도 말이죠. 기실, '국가를 위하여'라는 보수의 언사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라는 말을 숨기려는 가면에 불과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사족을 하나 붙여야겠군요. 소위 '합리적 보수'를 위해서인데, 그들에게는 상식과 합리성이 있어서 위에서 언급한 보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의 모습을 위와 같이 표현한 건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보수가 소위 '꼴보수'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의 설자리가 우리 사회엔 거의 없는 편이죠. 대한민국은 가히 '꼴보수'에 의해 장악된 사회라 부를 만합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보수의 역설은 쇠퇴하고 진보의 역설은 확대되는, 그런 사회를 바라는 건 아직도 시기상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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